[태영호가 뽑은 한 주간 주목되는 북한동향]

이번주 주목되는 북한 동향

2020년 1월 12일

 

이번주 북한 동향은 영화 ‘곡성’에서 나오는 황정민의 대사 “그 놈은 지금 낚시를 하는거여, 뭐가 달려 나올지 몰랐겄지, 지도, 그 놈은 지금 미끼을 던져 분것이고 자네 딸래미는 미끼를 확 물어분것이여”로 시작하겠다.

 

이번주 북한 동향에서 특징적인 것은 지난 11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고문이 우리 정부가 트럼프대통령의 김정은 생일축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데 대해 이례적으로 큰 불쾌감을 나타내는 담화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담화에서 제재 완화를 위해 영변 등 핵시설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고 못을 박았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란 솔레이마니사령관 공습살해후 북한이 위축되여 핵문제에서 미묘한 입장 변화 일으킬수 있다는 기대여론을 사전에 제압하자는 목적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담화 후반부에 우리 정부가 트럼프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생일축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한 것을 가지고 거친 표현들을 마구 써가며 맹 비난 했다.

 

사용된 단어를 보면 ‘설레발을 치다’,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호들갑 떨다’,‘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자중’등이다.

 

정상 외교관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표현들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김정은생일축하 메시지인데 생일날 “생일 축하해요!” 라는 축하인사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것인데 그처럼 화를 낼 필요가 있을까?

 

이유를 알자면 북한 내부 동작구조를 알아야 한다.

북한에서는 모든 기관들이 김정은에게 수직으로 종속되여 있다.

미북협상, 핵전략, 전략무기개발 등과 같이 최고급 비밀사항은 절대로 부서들간 공유하지 않는다.

트럼프생일 축하 친서가 오면 외무성이 3층 서기실을 통해 김정은에게 즉시 보고 했을것이고 김정은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정부 쪽에서 남북핫라인을 통해 정의용실장이 트럼프대통령을 감짝 회동했는데 그때 나온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북한에 통지하니 북한 통일전선부로서는 미국으로부터 핵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제안이 왔을 것으로 판단하고 김정은에게 메시지를 전달 받겠다고 보고하여 승인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트럼프대통령의 ‘통큰 제안’이 오는가 가슴을 조이며 기다렸을 것인데 막상 통전부에서 보고 올라 온 내용 보니 외무성이 이미 보고한 생일축하 메시지였다.

김정은으로서는 자기의 생일을 이용하여 미국이든 한국이든 장난치고 있다고 화냈을 것은 당연하다.

 

아마 외무성에 이번 기회에 미국을 향해 입장을 똑똑히 밝혀 그런 식으로 놀지 말라고 단단히 못을 박으라고 했을 것이고 한국측을 향해서도 사람 깜짝 깜짝 놀라게 하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엄포 좀 놓으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일 때문에 통전부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부서들 호상간 다른 부서가 자기 일에 끼여 들거나 자기 일을 가로 채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이런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하노이회담결렬까지 북한에서 대남사업담당 김영철이 외무성을 제치고 미국과의 관계를 관장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일이 잘 될 때에야 김정은이 칭찬하니 저절로 으쓱 할수 있으나 일단 일이 뒤틀리면 주제넘게 남의 일에 참견한 것으로 해서 처벌 받기가 쉽다.

 

그래서 북한에서 돌아가는 말이 ‘직능대로 일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친다’이다.

이번 일로 통전부도 김정은으로부터 질책 받지 않았을가 걱정된다.

혹시 통전부가 잘 못한 것이 있다면 한국정부가 남북핫라인을 통해 북한에 긴급 전달할 미국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다고 했을 때 한국 대통령의 메시지라면 몰라도 미국대통령의 메시지라면 뉴욕을 통한 미북접촉 라인쪽으로 보내라고 밀어놓았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 김정은이 바라는 한국이 중재자나 촉진자로 나서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에 부합된다.

 

그런데 가만 보니 통전부가 실수한 것 같다.

북한 외무성의 매뉴얼에 의하면 북한 대사관이 같은 나라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서울에서 온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겠으니 면담하자’고 제기해 오는 경우 남북정상 통로가 있으니 정상 통로를 이용하라고 밀어놓게 되어 있다.

 

통전부로서는 미국대통령의 메시지를 우리 측으로부터 전달받기 전에 이 메시지가 미북대화통로를 통해 이미 전달된 것인지 아니면 아직 전달되지 않은 긴급 메세지인지 사전 확인하고 김정은에게 보고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에 미국 메시지를 전달할 때 반드시 미국측에 북한에 이미 이런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는지를 확인했어야 하며 아직 전달되는 않은 중요한 내용인 경우 왜 우리가 나서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취지를 북한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

 

이번 과정을 보면 이러한 사전 의사소통이 실무급에서 부족한 것 같다.

북한으로서는 사전 확인 없이 미대통령의 긴급 메시지가 있다고 하여 성급히 받아 놓고 보니 이미 전달 받은 것이고 다시 뒤 돌아보니 미국이 한국을 내세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갈망하고 있는지 아닌지 속내를 은근 슬쩍 떠보려고 한 수에 넘어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 통전부나 우리 정부나 다 같이 남북문제가 아니라 미국입장을 대신 주고 받을 때는 충분한 소통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표현대로 긁어서 부스럼 만들 수 있다.

결국 미국이 미끼를 던져 보았는데 북한이 뒤늦게 미국의 수를 알아채고 미끼를 물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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