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막다른 골목에 빠질 때마다 꺼내드는 카드]

김정은 새로운 핵도박카드, 미국과 이스라엘 동시 겨냥…전리품은 결국 한국으로부터

30년 전 아버지 김정일이 써서 성공한 카드

 

김정은은 북한 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얽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으며 이것은 세계적인 핵군축과 전파방지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서 김정은이 언급한 단어는 2가지다. ‘세계적인 핵군축’과 ‘전파방지’

 

김정은이 이번에 ‘핵군축’을 언급한 것 통해 2018년 미-북 핵협상 시작할 때부터 아예 대화의 성격을 비핵화가 아니라 합법적인 핵보유국들 사이 핵군축협상으로 정하고 달려들었다는 것을 제 입으로 확인한 셈이 됐다.

 

5개 합법적 핵보유국들이 핵실험 하지 않고 있으므로 북한도 그런 연장선에서 추가핵실험 하지 않을 것이며, 미로 핵군축협상처럼 북한 핵무기는 그대로 보유하되 일부 핵자산은 축감하는 핵군축협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했고 2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자산중 영변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의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 이번에 김정은은 앞으로 핵군축협상에서도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전파방지’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김정은이 ‘핵 전파방지’라고 하지 않고 그저 ‘전파방지’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것이다. 핵 일수도 있고 미사일일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전파방지에 더는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다시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한 답변은 내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 131-136페이지 사이에 나오는 ‘이스라엘과 스웨덴서 미사일 극비협상’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김정은의 수가 바로 읽힌다.

 

1998년 8월 31일 북한은 서방에서 ‘대포동 1호’라고 명명한 ‘광명성 1호’ 인공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에 북한이 장거리미사일기술을 확보했음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이란, 이집트, 시리아, 파키스탄, 리비아 등 미사일 기술에 목말라 있던 이슬람권 나라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왔다.

 

북한이 그들에게 미사일 기술을 넘겨줬다면 즉시 많은 돈을 벌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고 매우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 북한은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매해 미국으로부터 50만 톤의 중유를 받고 있었는데 이것이 북한 경제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었다. 세계식량계획의 대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세계식량계획을 내세워 매해 수많은 식량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었다.

 

만약 북한이 이슬람권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한다는 것이 명백해지면 미국이 중유, 식량 지원을 당장 끊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미사일 전파카드를 이스라엘에 쓰고 돈은 다른데서 받아들이는 ‘성동격서’ 전술을 썼다.

 

북한이 대포동 1호를 쏘아 올린 지 몇 달 안 된 1999년 1월부터 나는 스웨덴에서 진행된 이스라엘과의 극비 미사일 협상에 참가했다. 이스라엘에 제시한 거래조건은 매우 간단했는데 현금으로 10억불을 주지 않으면 10억불을 주고 미사일 기술을 사겠다는 고객에게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이스라엘의 반응이었다.

 

이스라엘 측은 미국과 협의하고 돌아와 현금은 불가능하나 물자로는 가능하다면서 명세서를 달라고 했다. 나는 10억불에 해당하는 식량을 받아내면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넘길 수 있을 것이므로 속으로 기뻐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현금이 아니면 필요 없다고 했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던 때였는데도 식량을 받는 게 싫다는 김정일의 지시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현금이냐 물자냐’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협상은 결렬됐다. 문제는 그 후 김정일이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10억불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금을 현금으로 받아냈으며, 미국으로부터 중유, 식량도 계속 받아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김대중 정권이 북한에 5억불을 건넬 때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 사전협의를 안했을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왜 이것을 승인했는지도 의문이다. 당시 상황을 추측해보면 클린턴 행정부는 한쪽으로는 이스라엘로부터 북한이 현금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통보 받았을 것이고, 한국으로부터는 북한에게 현금 5억불을 주는 대신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하겠다는 것을 통보받았을 것이다.

 

결국 미국은 남한이 북한에 5억불을 건네는 대가로 정상회담도 개최하고, 북한이 이슬람권에 미사일 기술을 전파하지 않겠다는 담보를 받아내도록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자서전을 출간한 후 미국·이스라엘·한국 정부가 실제 이러한 딜을 했는지에 대해선 NCND(Neither Confirm Nor Deny)하고 있어 사실은 체크할 수 없다. 그저 추정일 뿐이다.

30년 전 일이므로 이제는 우리 정부도 당시 문서를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김정은은 지금 30년 전 아버지가 한번 썼던 카드, 즉 이란 등 잠재적 고객들에게 ICBM 기술을 전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과 이스라엘, 유대인 공동체에 보내 그들로부터 새로운 타협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막다른 골목에 빠졌을 때 쓰는 카드다. 북한은 30년 전에는 5억불을 받는데 성공했으나 이번에는 미국이 현금 대신 금강산, 개성을 열어주고 남북경협을 시작하라는 승인을 한국에 내리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개선해주라는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인공동체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30년 전 아버지 김정일이 한번 써서 성공한 전파카드, 김정은이 다시 써보려는데 과연 이번에도 성공할까?

 

김정은의 속내를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서는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