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는 북한의 경제 구조

1. 서론

– 내가 한국에 와서 느낀 점으로 북한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이었다. 주말에도 항상 일을 하는 북한과는 달리 여기서는 주말에는 다들 쉬는 분위기이다. 휴식이나 노는 것도 해본 사람들이 잘 한다고 주말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북한에서는 명절 같은 날만 쉰다고 생각할 정도로 일을 많이 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그에 대한 성과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 사람들보다 배는 일하고 그만큼 성과를 얻지 못하는 데에는 북한의 특이한 경제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2. 김정일의 감자 혁명

 

– 고난의 행군과 감자 농업

  • 90년대 중순, 북한은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고 김정일은 매일 같이 현지지도를 다녔다. 그러던 중에 처음으로 나온 정책은 감자 농사였다.

 

  • 김정일은 북한에 쌀이 없고 인민들이 굶어죽는 이유를 ‘북한은 논밭이 제한되어 있는데 몽땅 다 쌀만 먹겠다고 하니까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 않겠냐?’ 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지방의 산비탈 지대나 추운 양강도와 같은 북쪽 지대에서도 사람들이 먹고 살게 하려면 감자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은 감자만 심어가지고도 사람들이 먹을 게 남지 않느냐고 하였다.
    김정일의 말에 의해 90년대 말 북한에서는 감자 농사가 대대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가는 곳마다 땅을 파고 감자를 심는 감자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 당시 나는 스웨덴에 가서 외교관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북한에서 지시가 내려 왔었는데, 세상에서 제일 생산량이 많은 감자 종자가 ‘라트비아’라는 나라에 있으니 그 감자 종자를 구해가지고 북한으로 보내라는 지시였다. 만약 이 감자 종자만 북한에 들어와서 퍼트릴 수 있다면 북한은 기아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1999년도 나와 대사는 라트비아에 큰돈을 내면서 찾아가게 되었다.

 

  • 당연히 감자 종자를 달라고 하면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시 이행을 위해 약간의 사기를 쳤다. 이런 감자 종자가 있다고 하는데 이 감자 종자 견본을 북한에 가지고 가서, 이게 북한에서 자란다면 매해 북한은 여기 와서 감자 종자 만 톤 이상 사가겠다는 말을 전했다.

 

  • 연구소는 라트비아 수도에서 한 200킬로 떨어진 농촌 지역이었다. 도착해서 보니까 진짜 감자 연구소가 존재하였다. 이런 오래 된 연구소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우리도 의문을 가질 정도로 허름한 연구소였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서 창문이 다 깨지고 이젠 거의 사멸되어 가는 연구소였다.

 

  • 연구소 앞에는 소장부터 해서 온 연구소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줄을 서있었다. 외국인의 방문은 지난 10년 동안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데 북한 사람들이 온다고 하니까 전부 마중 나와 있던 것이었다. 낡은 연구소만큼 나이 든 감자 박사가 나와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연구소에 들어가니 자기들이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만들어 낸 감자 종자를 보여 주었고, 북한 당국에서 알아보라고 했던 감자 종자는 정말 전 세계적으로 생산력이 제일 높은 종자였다. 내가 기억하고 있건 데는 정보(약 9,917m²)당 거의 80~100톤 수확이 가능하다는 것 같았다.

 

  • 나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감자 박사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그의 대답을 통해 어찌하여 이 종자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지 않았는가에 대해 알수 있었다. 이 종자는 소련 시절에 개발을 하였지만 땅의 영양분을 너무나도 잘 흡수하여 지력의 소모가 강했기 때문에 재배한 땅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비료를 대단히 많이 사용해야 했는데 감자종자 가격보다 비료 값이 훨씬 많이 들 정도로 수지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 덧붙여 그 박사는 경제학적으로 맞지 않아서 소련마저도 생산력은 좋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종자를 왜 가져가느냐고 물어봤고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멀리 있는 북한에서 이 종자를 매번 비행기로 실어다 심는다는 게 돈이 될까? 감자를 캐는 게 아니라 금덩이를 캐는 거나 같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에 대한 문건을 만들어서 북한에 보내었다, 감자 종자와 함께.

 

3. 중소형 발전소와 양어장

 

– 낙차가 없는 수력 발전소

  • 90년대 북한에서는 전국적으로 중소형 발전소 건설을 진행하였다. 김정일이 가는 곳마다 전기가 없어서 밤이면 새까맣게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이 있는 곳에는 전부 둑을 쌓고 발전기를 건설하라고 하였다. 이렇게 중소형 발전소 건설이 대대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군당들에서는 물이 있든 없든 중소형 발전소 한 개 내지 두 개 씩 언제까지 무조건 건설할 것.’이라는 지도자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군당 책임 비서는 그것을 못 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나기 때문에 온 주민들 동원해서 개울이란 개울을 다 파내었다.

 

  • 둑도 쌓고 발전기 갖다가 거기에 설치하게 되면 지시는 해낸 것이었다. 그게 돌아가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은 나중 문제였다. 이렇게 전국의 구석구석에서는 낙차를 고려하지 않아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수력 발전기를 건설하면서 대량의 재원을 낭비하였다.

 

– 바다 옆의 양어장

  • 그 다음 국가사업은 90년대 말에 전 국가적으로 진행된 양어장 건설이었다. 나도 계속 양어장을 파러 다녔었다. 그렇다면 양어장 건설은 어떤 계기로 진행되었을까? 김정일이 농촌에 다니면서 농민들이 쌀하고 강냉이만 먹으니까 그렇게 못 사는 것이라며, 물 흐르는 데나 웅덩이를 파서 메기도 키우고 물고기 많이 키우면 다 잘 살수 있다고 하였다. 고기랑 물만 채워 넣고 새끼만 키우면 잘 자라는데 왜 양어장을 안 만들어서 이러냐고 하였다.

 

  • 김정일의 이 말은 곧 방침이 되었다.

‘모든 군과 도시에서는 무조건 양어장 하나 씩 건설하라.’

그 방침을 이루기 위해서 일요일에 쉬지도 못하게 주민들 다 동원 시켜서 땅을 파고 거기다가 물을 채웠다. 그리고 양어장을 만들어 물고기를 길렀다. 1년이 지나면 그 양어장은 어떻게 될까? 역시나 또 버려지게 되었다.

 

  • 근데 그 때 북한에서 아주 재미난 일이 하나 있었다. 김정일이 청진 화력 발전소를 방문할 당시에 공장 당 비서가 “우리는 장군님께서 내놓으신 방침대로 공장 구내에 양어장을 건설했습니다.” 라고 김정일에게 화력 발전소 군의 입구에 건설한 양어장을 보여주었다.
    당비서는 김정일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해 큰 양어장을 건설하고 메기랑 가물치랑 넣고 기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본 김정일은 당비서에게 “당비서동무, 내가 아무리 양어장을 건설하라고 했기로서니 이 옆에 바다인데, 배를 만들어 가지고 바다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서 노동자들 먹일 생각을 해야지, 바닷물고기 잡을 생각을 안 하고 바다 옆에다가 땅을 파고 거기다가 강물을 끌어와서 뭐하고 있는 것입니까?”라고 오히려 비판하였다.
    이렇게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따라 엄청난 국가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4. 결과

 

–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 북한의 시스템

  • 북한 당국의 지시는 그 간단한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감자 종자의 수확량 뿐만 아니라 감자가격과 감자생산에 들어가는 비료 등 원가를 고려해보았더라면 그런 슈퍼 감자 종자를 찾는 데에 노력과 재원을 들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또한, 낙차가 크고 수량이 많은 지역이 아닌 북한의 전 지역에서 수력 발전을 시도한 것과 바닷가 옆에서 강물을 끌어다 쓴 양어장 건설은 지도자의 말에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 받는 북한체제의 허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문제에 반응을 할 수 없는 사회 체계

  •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수령의 말씀과 지시는 지상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
    당 일꾼들은 ‘그렇게 하면 과연 성과가 있을가, 우리 한테 맞는 지시일가 ?’ 하고 따질수도 없다. 북한에서는 수령의 지시, 당의 지시를 흥정하는 경우 엄한 처벌 지어 총살이나 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된다.

 

  • 만약 김정일의 방침을 받은 일꾼 중에 ‘바닷가 근처에서는 땅을 파서 양어장을 건설하기 보다는 배를 만들어서 바닷물고기를 잡아야 합니다.’, ‘수력 발전은 낙차가 있어야 전기가 생기기 때문에 이 지역은 건설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일꾼들이 있을까?

 

  • 북한에서는 늘 부르짖는 구호가 있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결심만 하면 우리는 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 비해서 몇 배로 일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못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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