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수입하는 핵 보유 국가의 아이러니

1. 서론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상상했던 북한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가난함, 사회적 인프라의 부실함, 자유의 부재, 고난의 행군 등과 같은 열악한 상황을 북한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혹은 핵무기 보유국, 미사일 강국, 사이버 공격을 통한 해킹, 테러 등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모습은 대체적으로 기술적으로 낙후한 상황과 군사적으로 고도로 발달된 모습을 둘 다 가지고 있다. 과학 기술의 난이도로 보았을 때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과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만드는 기술에는 상당한 난이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산 혹은 해외의 세탁기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모습은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북한 사회와 체계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2. 핵과 ICBM 그리고 세탁기

– 핵과 ICBM 개발 성공

  • 91년 12월 31일 ‘남북 비핵화 공동 선언’을 기반으로 모두가 한반도에서 핵에 대한 위협이 사라질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93년 북한의 핵 확산 조약(NPT) 탈퇴를 시작으로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2017년 9월 6차 핵실험까지 한반도 핵 위협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비핵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부담을 인내하면서도 고도의 핵물리 과학 기술이 필요한 핵 실험에 성공했고, 현재는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 또한, 북한은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 다섯 국가만 가지고 있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보유한 6번째 국가가 되었다. ICBM의 개발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고 사정거리가 매우 긴 미사일 보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 세계를 공격 범위 안에 두겠다는 의도의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하였다.

 

  • 이처럼 내로라하는 군사 강국 사이에서 북한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인 이유는 선군 정치에 따라 국방공업에 군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북한의 경우, 핵이나 ICBM 생산과 같이 지도자가 중시하는 분야는 매달 총화를 짓고 계획대로 진척이 되지 않는 경우 군사재판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반면에 인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전기, 식량, 주택은 물론 세탁기, 자전거, 승용차 등에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수십 년 동안 같은 상품을 생산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는 일이 없다.

 

  •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당과 국가가 중시하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발전하지만 중시하지 않는 분야는 발전할 수 없다. 자본주의 나라들처럼 기를 쓰고 자기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려는 기업가들을 공산주의 체제의 공장 지배인이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생산 수단에 대해 국민 모두가 주인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결국 주인이 없는 사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과 같이 핵무기나 ICBM과 같이 세계 몇 개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탁기 하나 잘 만들지 못하는 괴리가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 얼마 전 김정은이 평양시 무궤도 전차 사업소와 궤도 전차 사업소를 현지지도 하면서 좋은 궤도 전차를 생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 몇 대 생산한다. 그러다가 집어치워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김정은은 자라 공장을 현지지도 한 후 김정일이 보내준 자라들을 다 죽여 버렸다고 자라 공장 지배인을 처형한다. 그러나 사실 자라 공장 지배인의 잘못으로 보기는 힘들다.

 

 

3. 사회주의 경제 구조의 취약점

생산수단의 소유권

  • 소련의 붕괴원인은 과도한 군비경쟁,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결함, 다 민족 문화,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 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경제와 경제 분야에서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잘 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수 없었다.

 

  • 따라서 개인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경쟁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는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공산품들이 생산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이해관계도 없고 개발을 위한 기술자 유치와 자재 수입 등의 투자가 어려운 북한에서는 기술적인 진보가 힘들다.
    쉽게 설명해서 서울에는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평양에는 맛집이랄 게 없는 이유이다.

 

  • 이러한 점에서 모든 경제적 대상의 건설을 국가의 투자와 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자극제로 추동하지 않고 사상 동원 사업과 세 부담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북한과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를 가져 왔다.

 

4. 결론

 

핵보유국의 아이러니

  • 북한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따라 수령의 의지는 곧 당의 노선이 되어 군사 강국으로의 모든 재원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군사 공업은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하여 매달 총화를 벌여 기술자들을 닦달하였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가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핵 실험 과학자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생활고나 기아를 겪지 않고 오히려 굉장히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핵 개발을 진행하였다.

 

  • 이러한 이유로 핵 개발을 위한 핵물리학은 엄청난 진전이 있었던 반면에 핵물리학 자체가 기초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없었기 때문에 ICBM과 핵을 가진 북한은 생활에 기본적인 가전제품인 세탁기조차도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는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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