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태영호 “혼자 잘 살려고 목숨 걸고 탈북한 것 아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4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직을 사직한 데 대해 “나의 활동이 남북대화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소속 기관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판단돼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활동을 그만두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일신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목숨 걸고 탈북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탈북자들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자유왕래가 이루어져 가족 친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그러나 거짓과 위선으로는 결코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주 출판한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폭로해 북한의 강한 반발을 받았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의 일문일답 요지.

 

왜 갑자기 연구원을 그만두었나.

“지난 14일 내가 국회에서 강연하고 나의 자서전 출간 기자간담회를 한후 16일 북한은 나를 ‘인간쓰레기’ 등으로 비난하면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단시켰다. 그후 19일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를 통해 내가 국정원 산하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걸고 들면서 특단의 대책을 취하라고 했다. 북한외교관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나로서 북한의 이러한 위협 공갈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내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계속 일하는 한 고위급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이 마당에 내가 더 이상 북한의 핑곗거리가 돼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국가기관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북한 비판 발언을 하면 북한은 언제라도 우리 정부에 ‘왜 태영호를 국기기관에 두느냐’고 시비를 걸고 나올 것이다. 지난 시기 남북관계에서 국정원이 북한과 항상 물밑 접촉을 해왔는데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현 시점에서 내가 국정원 산하 소속기관에 계속 남아 있으면 북한이 계속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래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정부나 연구원으로부터 사퇴 압력은 없었나.

“압력은 전혀 없었다. 누구도 나에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연구원 상급자들이 나 떄문에 어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일부에서는 탈북자들이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혼자 편히 잘 살기 위해 목숨 걸고 탈북한 것이 아니다. 탈북자들만큼 남북관계가 잘 풀려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나 거짓과 위선으로는 결코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수가 없다. 북한을 아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침묵할 수 있나. 탈북 직후부터 주위에서 자유세계에 왔으니 조용히 편안하게 잘 살아보라는 충고가 많이 있었다. 지금까지 고위탈북자라고 해서 전략연구원에서 잘 돌보아주어 우리 가족은 생활상 걱정 없이 살았다. 내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하니 나의 동료들이 찾아와 고정수입이 없이 이제부터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고 걱정들 했다.

아내도 직장에 다니고 애들은 알바(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평범한 탈북민들처럼 제 힘으로 살려고 한다. 이것이 북한에서 말하는 ‘자력갱생’이다. 우리는 한국으로 올 때 제빵집이나 세탁소 같은 것을 운영해 우리 힘으로 살자고 결심하고 제빵 관련 책을 한 박스 사가지고 왔다. 정부에 기대서 살려고 애초부터 계획하지 않았다. ”

 

가족들과는 사전에 의논했나.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전에 처나 애들과 토의하지 않았다. 사직서를 제출한 날 저녁 집에 들어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가 이제부터 고정 월급이 없이 돈만 아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겠느냐고 잠시 얼굴을 흐렸다. 그러나 인차(금방) 밝게 웃으면서 자기는 평생 남편의 결심을 지지하며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격려해주었다. 나 하나만을 믿고 한국까지 따라 온 가족에게 갑자기 직장을 그만뒀다는 청천벽력같은 결심을 통보하자니 한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아내와 애들의 지지를 받고 보니 홀가분한 기분으로 돌아섰다.”

 

지금 심정은?

“연구원에서 나오니 이제야 자유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내가 전략연구원에서 조용히 일하면 나와 가족들은 편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내가 갈 길이 아니다. 나는 어렵게 사는 탈북민들을 만날 때마다 통일되는 그날까지 돈 많이 벌어서 고향에 함께 돌아가 친척들을 도와주자고 말하곤 하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나는 정부가 주는 고정월급에 기대여 편안히 살면서 탈북민들에게 열심히 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고 반문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내 발로 걸어가면서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와 새로운 삶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고 있는가를 전체 탈북민들과 북한동포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나는 연구원에 제출한 사직서에 ‘ 나는 나라의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제부터 나의 방식, 나의 생각, 자유로운 몸으로 통일을 위해 활동하려고 한다. 나는 생명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통일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나가겠다’고 나의 결심을 써 넣었다. 나는 내 심장의 고동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북한동포들을 노예의 처지에서 해방하기 위하여 투쟁할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아는 진실을 널리 알려 진정한 북한의 변화와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구체적인 걸 생각하고 정해 놓은 것은 없다. 집필도 하고 강연도 하면서 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할 일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애에 꼭 내발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여러분이 앞으로 지켜보아 주기 바란다.”

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