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명의 성명에 대한 분석과 북한의 향후 예상 행보

2017년 9월 대북 전문가들과 한 담화

 

  1. 서론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2017년 9월 19일(한국시각으로 20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경고하자 불과 하루 만인 21일 김정은이 자신 명의의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번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말 폭탄’에서 김정은은 트럼프를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칭했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치광이’,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등 국가 지도자들로서는 차마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표현들까지 써 가며 감정싸움으로 이어갔다.

여기에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뉴욕 한복판에서 ‘수소탄 태평양 상공 실험’ 가능성을 비쳤고 미국은 ‘말’에서 그치지 않고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여러 대를 9월 23일 밤 북한 동해의 국제 공역으로 비행시키는 등 ‘행동’으로 이어갔다.

이에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9월 23일(현지시각)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 행동으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번 김정은의 성명 내용과 최근 북한 내부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북한이 태평양 상공에 미사일을 발사하여 수소탄을 실험하는 것과 같은 자멸적인 ‘미치광이’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 김정은의 성명 발표 배경과 북한 동향에서 특이한 점

2.1. 북한의 대응 조치가 김정은 개인의 감정과 트럼프의 강경 어조에 대해 놀라움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내뱉는 트럼프와는 달리 북한에서 김정은은 당과 국가의 지도자이기에 앞서 북한 주민들의 신격화의 대상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북한은 김정은이 간부들 앞에서 마구 내뱉는 말들을 언제나 ‘수령’의 ‘말씀’답게 잘 정리하여 대내외에 공개해왔다.

김정일 때에도 김정일이 외무성 1부상이였던 강석주에게 전화로 쌍스럽고 거친 말투로 지시를 내려보내곤 했으나 외무성 사적실에서 실지 ‘말씀’으로 정리할 때는 정중하게 정리하여 외교관들에 전달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의 성명에 들어간 많은 표현은 수령으로서는 차마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표현들이 들어가 있다.

2.2. 북한 대응의 신속성으로 보아 관계 부처들 사이의 치밀한 사전 협의를 거쳐 나온 대응이 아니라 김정은의 주동적인 발기로 취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서 중요한 대외적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 대체로 2가지 방향에서 진행된다.

우선 외무성에서 김정은에게 ‘ XXX 문제와 관련한 대책적 의견’을 보고하여 결론을 받아 대외에 발표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김정은의 결재를 받자면 일반적으로 2~3일이 걸린다.

다음으로 외무성에서 아직 보고 하지 않았는데 김정은이 자기 사무실이나 저택에서 외신 보도를 남들보다 먼저 보고 외무성에 전화로 대책을 취하고 있는 정형을 알아보고 빨리 준비하여 보고하라고 독촉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후자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일 김정은이 주동적으로 전화로 외무성 1부상에게 지시한 사항이라면 김정은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므로 몇 시간 내로 보고해야 하며 이런 경우 김정은도 즉시 결론을 준다.

이번 경우 트럼프의 유엔 총회 연설이 나간 후 하루도 안 되어 김정은이 21일 날짜로 이런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보면 김정은이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성명 초안을 기다리고 즉시 비준하였으며 사진 촬영도 즉시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김정은이 그 일에 온 하루를 올인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성명 발표에 이어 김정은이 과수 농장을 현지 지도하는 내용을 보도하였는데, 시간상으로 보면 김정은이 성명을 발표한 후 과수 농장에 현지 지도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며칠 전에 현지 지도한 내용을 성명 발표 후 연이어 내보냄으로써 김정은은 여유 작작한 모습을 국내 주민들에게 보여주어 김정은의 강한 ‘이미지’를 조성하려는 것 같다.

2.3. 발표 형식도 지금까지 북한 역사에 없는 최고 지도자의 성명으로 나온 것을 보면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하향식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이 처음으로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직무가 북한을 대표한다고 공식 정립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무위원회를 내올 때도 국무위원회가 최고 권력기관이라고는 했으나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지금까지 북한 헌법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직무가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한다고 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도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받았고 북한 대사들의 해외 파견 시 신임장도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이름으로 발급되었다.

앞으로 김정은이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여 공식 활동하겠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외무성 혼자서 결심할 수 없으며 외무성 1부상이 적어도 김정은과 전화로 사전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외무성이 주동적으로 제기할 사항이 아니다.

헌법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며 이러한 문제를 하루 동안에 락착짓기는(끝내기는) 힘들다.

이 복잡한 과정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하향식 결정 과정’으로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4. 북한의 현 내부 동향을 보면 미국에 그 어떤 초강경 대응을 준비하기보다는 화가 난 김정은을 달래 보려는 ‘과잉 충성 의도’가 깔린 것 같다.

이용호 외무상은 뉴욕에서 ‘태평양상 수소탄 실험’과 같은 북한 사람들도 믿기 힘든 초강경 대응 조치를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북한 내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당, 군, 정 등 각 기관별로 군중 집회에서도 앞으로 어떤 초강경 대응 조치를 취할지는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 노동당 조직부는 중앙당 ‘본부당’ 일꾼들의 집회 사실까지 공개했다.

북한에서 중앙당 안에 ‘본부당’이라는 또 하나의 당 조직이 있다는 사실은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다.

당 규약상, 당의 최고 지도기관인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본부당’이라는 중앙당 각 부서를 조직, 통제, 감시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은 사실 당 규약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북한이 극비로 다루어오던 사항이다.

아마 김정은에게 기관별로 어떻게 회의를 하고 충성 결의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하지 말아야 할 내용까지도 마구 내놓는 것 같다.

북한 외무성으로는 김정은이 초강경 대응 조치를 취하라고 하니 ‘태평양 수소탄 실험’ 가능성을 내비쳐 미국을 최대로 위협하자고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외무성으로서도 김정은의 이러한 성난 분위기에 맞추어 초강경 수사학적 ‘말 폭탄’을 던지지 않는다면 사상적으로 ‘떨떨한 기관’으로 비판받기 쉽다.

현재 북한 내부 동향을 보아도 북한군과 주민들 속에서 적대 의식을 불러일으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이탈과 김정은에 대한 동요 현상을 막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고 있다.

이번에 북한은 김정은의 이름으로 트럼프의 강경 어조를 상세히 전해 북한 내부에 생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북한 사람의 견지에서 보면 트럼프가 유엔 총회에서 ‘공화국을 절멸’, ‘북한 완전 파괴’, ‘북한 괴멸’ 등을 언급한 것이 미국이 북한 주민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면 북한 주민들로서는 자신도 모르게 적대감이 치밀어 오를 것이며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김정은 주위에 뭉치고 김정은을 지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의 말을 빌려 미국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감을 조성하여 자기의 지도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3. 향후 북한의 행보 평가

3.1. 북한이 김정은의 이름을 걸고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였으나 즉각적인 도발로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국방 공업은 ICBM 발사 실험을 계속할 수 있는 엔진을 연이어 생산할 수 있을 수준이 아니다.

북한은 ICBM 엔진 실험을 2017년 3월에 진행했고 그로부터 거의 4개월 후에 ICBM 시험 발사를 했다.

2016년 북한이 1월 4차 핵 실험부터 9월 5차 핵 실험까지 거의 9개월이 걸렸고 5차부터 2017년 9월 6차 핵 실험을 준비하는데 거의 1년이 걸렸다.

북한이 아무리 속도전을 벌여도 2017년 말 전으로 7차 핵 실험 준비를 끝낼 것 같지 못하다.

특히 6차 핵 실험 후 4.6 규모의 2차 지진이 있었고 만탑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면 풍계리의 핵 시설이 많이 파괴되었을 수도 있다.

핵 질주에 나선 김정은의 성격상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대외 정세를 보면서 핵이나 미사일 실험 날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되면 그시 그시(그 때 그 때) 하는 ‘속도전’ 방식이다.

김정은도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지고 제재를 오랫동안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2018년 초부터는 대화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3.2. 김정은은 앞으로 도발한다고 하여도 미국의 ‘레드 라인’은 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은 물론, 일본 영토 위로 미사일을 날려 보내던 김정은이 ‘괌 주변 미사일 실험’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미국의 강경 대응 앞에 슬며시 거두어들였다.

김정은도 자기가 태평양 상공에서 미사일로 수소탄 실험을 하거나 괌 주변에 미사일을 날려 보낸다면 미국이 가만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