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 제재 2375호에 대한 평가와 북한의 핵 완성 시점, 향후 북한의 예상 행보

2017년 9월 대북 전문가들과의 세미나 발제문

 

  1. 서론

북한이 6차 핵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375호에 대한 답변으로 2017년 9월 15일 전략 탄도 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다.

김정은은 이번 미사일 발사 후 핵 및 미사일 개발이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인 만큼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룩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유엔 대북 제재 2375호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자 유엔 안보 이사회는 새로운 제재 결의를 채택하지 못하고 규탄 성명을 채택하는 것으로 넘어갔다.

북한 6차 핵 실험이 세계에 준 충격에 비교해보면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좀 미미하다.

물론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75호가 김정은의 핵 질주를 멈추어 세우기에는 역부족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을 계속 비호해 주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다.

2.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한 평가

 

이번 제재는 총체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을 코너로 더욱 몰아가는 흐름에 동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북 유류 공급은 대북 제재의 성역으로 간주하여 왔다.

이번 기회에 그 성역을 무너뜨리기 시작하였으니 앞으로 그 성역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야수를 힘으로 한 번에 때려잡을 수 없다면 코너로 계속 몰아가 나오지 못하게 하고 서서히 질식시키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이번 제재에 앞으로 미국의 독자적인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도 겹친다면 북한 경제에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얼핏 보기에는 ‘솜방망이’ 제재이지만 이러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지속해서 높이면 북한 내부에서 동요와 반발이 일어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이번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김정은은 ‘최후 승리가 눈앞에 왔다, 종착점에 거의 다 달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북한의 어조로 보아 몇 개월 안으로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할 것 같다.

3. 향후 우리가 고려해야 할 문제점들

3.1. 현 대북 제재의 효과성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제재 속에서 생존 방법을 계속 진화시켜 오다 보니 정권과 주민들도 제재에 면역이 조성되어 있고 현재 수준 정도의 제재를 2~3년간 더 버틸 수 있는 전략 물자가 준비되어 있다.

북한은 앞으로 적어도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 식량인 경우 올해 수확 철이 곧 다가올 것이므로 2018년 4~5월 보릿고개까지는 식량 형편도 악화하지 않을 것이다.

대북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올해 햅쌀을 군량미 창고에 넣고 곰팡이가 낀 식량을 주민들에게 공급할 것이다.

내가 북한 외무성에 있을 때도 외무성 공무원들의 식량을 곰팡이가 낀 썩은 쌀을 공급했으므로 많은 외무성 공무원들이 시장에서 썩은 쌀을 햅쌀로 교환해서 먹곤 하였다.

2012년 5월 ‘보릿고개’ 때 식량 사정이 긴박해지자 김정은이 최고사령관 먹곤 명령으로 군량미 10만 톤을 긴급 풀어 주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힌 적도 있다.

 

  • 군대는 전쟁 시 이용할 휘발유를 비축하여 놓고 있다.

 

  • 개인들의 경우 평양시나 지방의 고위 간부들을 비롯하여 엘리트층은 적어도 2~3년 동안 버틸 수 있는 미국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의 외교관들인 경우 해외에서 3년 근무하고 귀국할 때 적어도 국내에서 3~5년 버틸 수 있는 외화는 벌어서 귀국한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어 외화 원천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도 시장에서 달러 대 북한 화폐의 교환 비율에서 큰 변동 폭이 없는 것은 북한 사람들이 항상 매일 그날 필요한 만큼의 북한 화폐만 외화로 교환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북 제재의 효과성이 눈에 띄자면 적어도 2년 이상은 걸려야 한다.

김정은은 설사 이번 제재로 북한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도 외부 세계에 자기의 아픈 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군량미나 전쟁 비축용 원유를 풀 가능성도 있다.

 

3.2.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제재의 효과성을 극대화하여 미국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현재의 대북 유류 제품 수출량과 북한산 섬유 제품 수입량을 부풀려서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이번 제재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종전의 3분의 1인 50만 톤으로 줄어들었다고 떠들고 있으나 사실 북한은 50만 톤 정도로 수입해도 살아 돌아갈 수 있는 나라이다.

 

3.3. 이번 제재가 북한의 핵 질주를 멈추어 세우지는 못할 것이나 북한의 엘리트층과 주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감은 대단히 클 것이다.

핵과 ICBM에서는 밥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북한은 매일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승리가 눈앞에 와 있다고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국제 공동체의 대북 제재 고삐만 조여지는 현실 앞에서 북한 엘리트층은 과연 김정은이 매일 말하는 밝은 미래가 언제쯤 올 것인가 내심으로 고민하게 될 것이다.

 

4. 향후 북한의 예상 행보

 

현재 김정은은 다음과 같은 4가지 단계의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4.1. 핵 무력 완성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계속 갈 것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후 ‘핵 무력 완성의 최종 목적지까지 거의 다다랐다’고 보도하여 추가 핵 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김정은의 성격상 핵과 ICBM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추가 핵 실험과 ICBM도 기술 검증을 위해 추가 발사를 할 것이다.

허위 보고를 하면 군사 재판이 적용되는 당 군수공업부의 실정상 김정은에게 미완성품을 놓고 완성했다고 거짓 보고는 할 수 없다.

2차례 고각 발사된 ICBM급 화성-14는 아직 정상 각도(30∼45도)로 쏜 적이 없으며 대기권 재진입체 등 핵심 기술을 검증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한국 공격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인 ‘북극성-3’도 기술 검증을 필요로 하는 상태이다.

그러나 김정은도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지고 제재를 오랫동안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2017년 말까지 핵과 미사일 질주를 끝내고 2018년 초부터 대화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간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4.2.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이 확신되면 미국과는 동결 대 군사 훈련 중지와 제재 해제 협상을, 한국과는 남북 관계 개선 대화를 벌리자고 할 것이다.

 

결국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암암리에 인정해주고 추가 도발을 중지시키는 ‘핵 위기관리 방향’으로 나갈 것이냐 아니면 북한이 스스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확대하며 종당에는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켜 한반도의 핵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냐 하는 ‘선택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4.3. 만일 미국과 한국이 김정은의 핵보유국 인정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김정은은 ‘자강력 제일주의’ 구호를 들고 재래식 무력 현대화에 돌렸던 방대한 군비를 평화적 건설에 돌리면서 경제 회생으로 나갈 것이다.

 

김정은이 김씨 일가의 세습 통치를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방대한 군비를 축소하여 평화적인 건설에 돌리는 길뿐이다.

주민들을 무보수 집단 노동에 기동성 있게 돌릴 조직적 능력이 있으며 젊은 노동력의 기본이 군대에 묶여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일단 핵과 미사일로 든든한 ‘안보 기둥’을 뻗쳐 놓고 군대와 주민들, 국가의 기본 재원을 평화적 건설로 돌린다면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다시 일어 설 수 있다는 것이 김정은의 타산이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핵과 미사일을 빨리 완성하고 ‘세상에 부럼 없어라’ 노래를 부르던 1960년대 시절로 북한 현실을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4.4. 김정은은 1994년 제네바 핵 기본 합의 때처럼 ‘동결-신뢰구축-비핵화’라는 틀거리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제제 고비를 넘기는 사기극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일단 핵과 ICBM을 완성하고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10년 동안 조용히 있으면 ‘북핵 면역력’이 조성되어 동결 단계에서 핵 폐기로 넘어가지 않아도 미국과 한국이 어쩔 수 없을 것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먼저 동결 대 제재 해제 구도를 만들어 놓고 신뢰 구축 기간을 한 5년 정도로 규정 해놓자고 할 수 있다.

그 기간 ‘행동 대 행동’원칙에서 북한은 핵 폐기로 나가는 길에서 필요한 공정인 핵 시설 단계별 폐기 조치를 보여주고 대신 미국과 한국은 단계별로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말하자면 ‘행동 대 행동’원칙에서 신뢰 구축 조치들을 취하자는 것이다.

그런 경우 북한으로서는 이미 낡아 폐기 처분 해야 할 녕변 핵시설 중 일부를 폐기 대상 명단에 포함해 5년이라는 기간 동안 하나씩 폐기할 것이며 결국 미국과 한국도 제재를 하나씩 해제하여 2006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제재 해제를 통해 다시 경제적 활력을 되찾은 다음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트집을 잡아 핵 합의를 파기하는 상황으로 나가는 경우이다.

이 경우 이미 핵을 가진 북한과 5년 정도 평화롭게 공존하는데 습관이 된 미국과 한국의 여론은 동결 대 제재 해제를 합의했던 전의 강도 높은 제재나 군사적 대응카드를 쓰는 것을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5.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의 의미(수준)와 시기, 파급 영향

5.1. 핵 무력 완성의 의미

 

북한에 있어서 핵 무력 완성이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이 탑재된 ICBM을 보유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 가능한 핵 무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북미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1979년 대만과의 단교를 결심하는 데서 중국의 전략핵 무력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면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려면 결정적으로 전략핵 무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간주하고 있다.

5.2. 핵 무력 완성 시기

북한의 진정한 핵 무력 완성 시점이 언제이겠는가 하는 데는 좀 논의해 볼 여지가 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서 ‘속도전’을 벌려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기술적 진보는 사실상 북한이 이미 오래전에 기술적으로 확보해 놓은 것으로서 지금에 와서 좀 속도를 가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속도전’의 속도를 항상 높게 유지할 수는 없다.

결국 핵 무력 완성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데 북한은 시간을 벌기 위해 2018년부터는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미국과의 핵 타협이든 남북 관계 개선이든 문재인 정권 시절에 풀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정은도 문재인 정권 시절에 한국 정부와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 2~3년 정도는 한국으로부터 무엇인가 빼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3. 핵 무력 완성 시 파급 영향(안보 지형 변화, 주변국 입장 등)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북한에 새로운 ‘레드 라인’을 거듭 제기하고 있으나 사실상 북한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중국과 러시아도 내심으로는 핵 무장한 북한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주변국들은, 말로는 북한의 핵 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지난 10여 년간 핵 실험을 6차례나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끝장 제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의 핵 보유를 주변국들이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미국이 카리브해 위기 때처럼 북한의 핵 보유를 차단할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전에 해상 봉쇄와 같은 ‘끝장 봉쇄’에 들어갔을 것이다.

미국이 이미 미국 영토만 공격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새로운 ‘애치슨 라인’을 설정했을 수도 있다.

언론들에서는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이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을 허물어버리는 ‘게임 체인져’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한반도에서 이미 군사적 균형은 허물어졌으며 이제 남은 것은 ‘공포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6차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방금 진행된 상태에서 국민 여론도 끓고 있으나 조금 지나면 자연히 한국과 동북아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면역’이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