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북 메세지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향후 한미 정상 회담에서 참고할 문제

2017년 6월 기자들과의 세미나에서 한 발제문

 

2017년 6월 23일 북한의 대남 기구인 민족 화해 협의회가 지금까지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메세지들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들이 빠졌다’고 비난하였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 1. 자주적 남북 관계 개선 2. 한미 합동 군사 연습 중지 3. 상호 비방·중상 무조건 중단 4.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우선 해소 5. 남북 대화에 북핵 문제 배제 6. 대북 제재 철회 7. 보수 정권의 대북 정책 청산 8. 중국 식당 집단 탈출 여종업원 송환 9. 민족 대회 개최 등 9가지 공개 질문서(요구 사항)를 제기했다.

북한이 대남 기구를 내세워 한국에 9개 조항의 공개 질문서를 보낸 것과 얼마 전 인도 주재 북한 대사를 내세워 한국과 미국이 합동 군사 훈련을 중지하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지할 수 있다고 한 것을 연결해 보면 북한의 통일전선부나 외무성도 내적으로 앞으로 닥쳐올 한국, 미국과의 대화 준비에 착수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1.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9가지 요구 사항에 대한 분석

 

북한이 제시한 9가지 요구 사항을 보면 지금까지 북한이 늘 해오던 말들을 다시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새로운 내용도 있다.

1.1. 남북 대화에서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과 대북 제재 철회가 우선순위에서 5번째와 6번째로 밀리고 대신 북남 관계에서 자주적 입장 견지와 군사 안보 문제가 우선순위로 올라갔다.

핵과 대북 제재가 뒤로 밀린 것은 북한도 한국에서 진보 정권이 집권했지만 남북 대화에서 핵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며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 해제에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이 이번 9개 요구 사항에서 제일 먼저 요구한 자주적 입장 견지는 결국 6.15 공동 선언과 10.4 선언의 이론적 기초인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서라는 것이며 이것은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의 코드를 미국과 맞추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앞으로 있을 한미 정상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 일변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대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나가겠다는 것을 명백히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 회담 과정에서 미국은 제재와 압박 쪽에, 한국은 대화 쪽에 중심을 두는 상황이 포착된다면 김정은으로서는 한국과의 대화에 부쩍 관심을 가질 것이다.

 

1.2. 국내 정치와 미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현안인 사드 배치 중단 문제가 강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군사 안보 문제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 사이에 사드 문제를 둘러싼 갈등 관계가 계속되는 것이 세계 앞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한국과 미국, 중국의 대북 제재 공조를 약화할 수 있는 ‘필요한 악’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1.3. 중국 식당 집단 탈출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이것은 북한이 현재 가중되고 있는 대북 인권 압박 공세를 탈북자 송환 문제로 이완화시켜 나갈 것을 보여주며 김정은이 여전히 통일전선부에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정일이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나온 후 비전향 장기수들을 빨리 데려와 북한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라고 통일전선부를 계속 달구어대던 때를 떠올린다.

1.4.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이전 보수 정권과 차별화하면서 한국 정치 세력 구도에서 현 정부를 명백히 친북 성향의 정부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북한은 이번에 현 정부가 ‘미국과 괴뢰 보수 패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느니, ‘우유부단하고 온당치 못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느니, ‘괴뢰 보수 정권 시기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라느니 하면서 비난했으나 표현들을 보면 마치도 현 문재인 정부의 속마음은 북과 손을 잡자는 것인데 미국과 한국 보수 세력의 압력 때문에 선뜻 북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듯이 되어 있다.

만일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가 이렇게 생각하거나 김정은이 현 정부를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동일시 하면서 남북 대화에서 이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대등한 보상을 받아내라고 북남 대화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면 북한의 인식을 확고히 바꾸어줄 필요가 있다.

 

2. 북한이 새 정부의 대북 메세지에 거부적인 자세를 보인 이유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되는 대북 메세지에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2.1. 지금까지 나온 대통령의 대북 메세지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사항이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한미 합동 군사 연습 중지 혹은 축소, 5.24 조치 해제, 조건부 없는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다.

북한의 대남 정책이 종전의 공세적인 ‘조선 반도에서 주체사상의 종국적 승리’로부터 수비적인 ‘사회주의 제도 수호전’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북한에서 대남 부서이든 대외 부서이든 상대방의 제기에 어떤 호응을 보이겠는가를 결정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대가로 어떤 정치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는가를 잘 계산하여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6월 15일 연설에는 대북 제재 문제와 남북 관계에서 핵심 사항인 5.24 제재,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핵미사일 도발 중지와 어떻게 연결하겠는가 하는 것이 빠졌다.

대통령이 6월 16일 연설에서 남북 철도 연결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것은 수년 전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계속 제기해오고 있는 문제로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2.2. 지금까지 나온 대통령의 대북 정책 발언들에 모호성이 많고 지속성보다는 정세의 돌발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처음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지하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의 강경 기류를 의식한 듯 미국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먼저 동결시키고 그다음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는 2단계 접근법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대북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면밀히 따지고 보면 트럼프는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을 비핵화에 두지만 문 대통령은 동결에 두고 있음으로 완전한 차이가 있으나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의 구체적인 윤곽은 트럼프와의 사전 조율을 거친 후 잡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대북 메세지에 즉시적인 호응을 보여 대화를 통해 제재를 돌파하려는 북한의 속심을 드러내기보다는 6월 말 있게 될 한미 정상 회담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 더 무게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3. 향후 북한의 행동

3.1. 북한의 핵 포기는 불가능한 발상

 

북한은 이미 2013년 3월 핵 경제 병진 노선을 통해 핵무기의 고도화, 소형화, 규격화를 당 정책으로 선포했다.

북한에서 당 정책을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북한 지도층에 외부 세계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나약성으로 비쳐 체제에 위협 요인으로 될 수도 있다.

북한이 선포한 핵무기의 소형화는 현재 항공기에 실어 한국의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리틀 보이’식의 원시적인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탑재하는 핵 실전 배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 실전 배치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까지 나가는 것을 의미하느냐? 아니면 일본이나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의미하느냐 하는 문제에서는 북한이 ICBM까지 가지 않고 일본과 한국 타격 능력 보유 선에서 멈추어 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동결을 선언할 때는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타격권 안에 들어간 이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 대 그 무엇을 보상하는 것은 동결 대 한국 주민과 령토를 북핵의 인질로 바치는 것이라는 것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동결로부터 비핵화 단계로 넘어갈 때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북핵의 인질로 살아가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실을 인정해야 그에 상응한 대응에 나올 것이다.

 

3.2.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까지 갈 것

 

안보 문제에서 절대로 모호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핵탄두 폭발 실험에서 성공했다고 하면서 핵무기 소형화 성공을 시사했으나 아직 핵무기 소형화까지는 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까지는 무조건 간다.

핵무기 소형화까지 가려면 적어도 7차 핵실험까지는 가야 한다는 것이 북한 내부에서 돌아가는 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를 대화와 협상으로 멈추어 세울 수 있겠는지 우리가 고민해보아야 한다.

4. 한미 정상 회담에서 고려사항

 

북한의 핵 질주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일단 멈춰 세우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미국 측에 허심하게 다 내놓고 합리적인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핵미사일 실험 동결이라는 중간 단계를 먼저 만들어 놓은 다음 비핵화로 넘어가는 2단계 해결 방안을 제기했다.

이번 트럼프와의 대화에서도 이러한 2단계 접근법을 설명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2단계 접근법을 미국 측에 설명할 때 이 접근법의 취약점과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트럼프에게 명백히 설명해주어 절대로 두 동맹 사이에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4.1. 우선 트럼프에게 북한의 핵 질주를 멈추어 세우기 위해 조건부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가겠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핵 실전 배치까지 가려는 북한의 핵 질주를 멈추어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과 대화를 하여 한 번 설복해 보겠다는 취지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시작이 곧 동결이나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사전에 명백히 밝혀 트럼프가 대화에 지나친 기대를 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4.2. 다음으로 대통령이 북한과 이룩하려는 ‘동결 대 보상’ 접근법이 어떤 모험을 동반하는가도 트럼프에게 명백히 설명해야 한다.

 

한국이 북한의 요구하는 합동 군사 훈련 중지나 대북 제재 해제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북한이 핵 동결에 합의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합동 군사 훈련 중지와 같은 군사 안보 문제를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준다면, 북한에 한미 군사 동맹 관계를 완전히 허물어 버릴 수도 있다는 오판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으로서 가능한 것이 유엔 제재 틀거리 밖에서 5.24 조치 해제나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같은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을 안겨주는 대가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동결에 합의한다고 해도 북핵을 폐기할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 한국과 주한 미군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된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명백히 알려주고 이러한 위험 부담이 있지만, 한국은 동결 대 제재 해제로 가려고 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회담에서 가장 큰 부담은 당연히 동결 후에 비핵화로 이행하지 못하고 동결 선에서 주저앉는다면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고 한국은 제재만 풀어주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며 비핵화로 넘어가지 못하면 다시 제재와 압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도 트럼프에게 잘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결 후 비핵화로 넘어가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최대로 공조하겠지만 북한이 끝내 비핵화를 거부하는 경우 한국과 미국은 차후 어떤 정책으로 나갈 것인지를 놓고 이번 정상 회담에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일단 동결까지 가본다고 하고 후에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 한다면 그 부담을 한국 정부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동결까지는 한국이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비핵화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제일 큰 문제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는 미국과 북한이 만든 핵 합의이다.

이 합의가 결국 실패했으나 한국이 직접 책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한국이 주도하여 동결 합의를 이루어낸다고 가정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비핵화 과정까지 나가지 못하는 경우 그 책임과 부담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의 2단계 접근법에서 동결까지는 한국이 맡고 동결 후에 비핵화로 넘어가는 공정은 미국이 맡는 것과 같은 ‘적절한 역할 분담’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어 서서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쥐려는 목적하에 남북 회담에서 동결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가 후에 북한이 핵실험 재개로 이를 깨버린다면 그때 한국은 다시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 국제 공동체에 대북 제재와 압박을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주변국들이 한국의 호소에 호응하겠는지를…..

4.3. 우리는 북핵을 북한이 부담 없이 언제든지 깨버릴 수 있는 남북 관계에 얽어매놓지 말고 그것보다 훨씬 큰 그릇인 6자 회담과 같은 다자 틀거리에 얽어매놓아야, 오히려 북한을 더 통제할 수 있지 않겠는지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