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를 통해 본 향후 대북 정책의 원칙과 방안에 대한 고찰

 

2017년 5월 세미나 발제 토론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써 2번이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민주당 정권을 향해 핵보유국을 향한 ‘마이 웨이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 미사일 실험 보도를 들으면서 북한 외교관으로 있던 2016년 김정은이 앞으로 핵 및 미사일 회담이 열려도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회담장에 들어가야 하며 회담의 성격도 종전의 비핵화에서 핵 군축 회담으로 변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번에 김정은 정권이 연이어 미사일 실험을 단행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대북 정책을 사전에 조율하기 전에는 대화 국면이 열리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이 먼저 대화를 제기해 오기 전까지 ‘마이 웨이 행보’를 계속하여 대화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먼저 차지해보자는 타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전에도 그러하였지만, 앞으로도 핵 문제는 핵보유국 자세에서 같은 핵보유국인 미국과 논의하고 남북 협력 및 교류 문제는 한국 정부와 다루어 나간다는 ‘쌍궤도 전략’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은 ‘미친놈’이 아니다.

우리는 김정은의 ‘미친놈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를 내세워 북한이 ‘이미 달성한 핵 자산이 미국과의 협상을 벌이는 데 충분하다’는 논거를 내세우면서 핵 동결 협상에 나올 것을 북한에 주문한 상태이다.

일각에서도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뾰족한 방책이 없으니 일단 ‘위기관리형’ 차원에서 ‘동결 대 제재 완화’ 방향으로 정세를 안정시키고 점차 비핵화로 나가자는 ‘단계적 비핵화’ 안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

우리가 김정은 정권의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단계적 핵 해결 방향으로 나가면 결국 북한의 현 핵 주소를 인정해주어야 하며 이것이 김정은이 바라는 ‘슬며시, 자연스럽게, 떳떳이’ 핵보유국으로 다가가는 ‘인도, 파키스탄식 핵 보유 접근법’인 것이다.

만일 지난 10년간 유지해 온 ‘선 비핵화 후 대화’의 틀에서 양보하여 ‘선 동결 후 비핵화’ 구조로 간다면 영원히 비핵화의 목표에는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현 핵 주소를 인정해주면 다음 단계의 ‘핵 군축 회담’에서 북한은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써 모든 핵보유국들이 핵을 포기하여 세계 비핵화가 실현될 시점에 가서 북한도 핵을 포기한다’는 정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주장을 내놓게 될 것은 명백하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절대로 핵 무장화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민주당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펴는가에 따라 향후 5년이 통일을 앞당긴 ‘통일 성취의 5년’이 될 수도 있고 통일의 귀중한 시간을 놓쳐버린 ‘잃어버린 5년’이 될 수도 있다.

그러자면 시작부터 향후 대북 정책 원칙을 확고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향후 대북 정책의 4대 원칙

2.1. 북한의 비핵화를 정부의 최우선 대북 정책 과제로 제기하고 북한의 비핵화 선행 조치와 남북 관계 진전을 연계시키는 ‘상호주의와 비판적 관여’를 배합해야 한다.

2.2.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관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원칙하에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들 사이의 간격을 최대로 넓히는 방향에서 향후 대북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2.3.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무조건 부인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2.4. 국방력 강화를 통한 대북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3.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3.1.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현재의 국제적인 대북 제재 압박 모멘틈을 유지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사상 초유의 대북 제재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혈맹이었던 중국까지도 내놓고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을 경제 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들기까지에는 정말 많은 시간과 정치, 경제, 군사적인 노력이 기울여졌다.

현시점에서 뒤로 후퇴하면 다시는 김정은 정권을 위기의 코너에 몰아넣지 못할 것이다.

3.1.1. 든든한 한미 동맹에 의지하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대북 제재 정책은 한미 동맹 강화에 의지하여 왔다.

독일 통일시 서부 독일 정부가 이전 쏘련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등 주변 나라들의 반대와 저항을 물리치고 통일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의 사전 정책 조율과 미국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부담 없이 우리의 통일 위업을 지지해줄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의 힘의 한계점을 인정해야 하며 현실에 기초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이라는 전략적인 자산과 충돌을 야기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주변 강대국들로부터도 무시와 홀대를 당할 수 있다.

 

3.1.2.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과 손을 잡는 것이 동북아에서 미래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 개발에 이롭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

 

독일 통일시 가장 큰 걸림돌은 이전 소련의 반대였다.

서부 독일은 이전 소련의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이전 소련군 철수 비용 부담, 나토군의 동부 독일 전개 반대, 경제 차관 제공 등 돈주머니를 풀었다.

현재 중국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한반도의 통일이 한미일 3각 군사 동맹의 형성으로 이어져 중국이 동북아에서 전략적 열세의 지위에 놓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중미와 통일된 한국의 지위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통일 후 한국은 중립국으로 될 것이라는 정책적 선언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등 하부 구조 건설에 한국 정부가 얼마를 투자한다는 구체적인 안을 제기하고 북중, 북러 국경 지역에 투자하거나 이 지역과 무역을 진행하는 한국 회사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수출 및 투자 보증금제 같은 제도적인 장치를 설립해야 한다.

독일 통일시 독일이 프랑스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해 통일된 독일이 유럽 통합에 더 깊숙이 참여하겠다고 담보한 사실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부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내세워 대북 제재를 가하는 문제에서 미국과의 사전 역할 분담(labour division)을 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북 경제 제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제재 요구는 지나치게 경제적 측면에만 치우쳐있다.

한국은 자기의 독특한 접근법을 가지고 중국과 러시아에 다가가야 한다.

우리는 동부 독일 붕괴가 1989년 6월 서부 독일 정부의 물밑 협상을 통해 헝가리 정부로 하여금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열어주도록 하여 동독 주민들의 대량 이탈 사태가 일어나게 함으로써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요구에 일반적으로 순응하면서도 한 가지 문제에서만은 철저히 북한 편에 서 있다.

바로 탈북민 문제이다.

지금 중국의 동북 지방에는 수만 명의 탈북민들이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러시아에도 수많은 북한 이탈 노동자들이 숨어 있다.

주민들의 이탈 현상 앞에서는 모든 공산 정권이 취약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대량 탈북 사태만 일어나면 북한 정권이 그다음 날 무너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탈북민을 체포하면 즉시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중 국경 연선에 살고 있는 수백만의 북한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가고 싶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공안 당국에 체포될까 봐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한국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국제 피난민 협약에 맞게 한국으로 보내라고 요구할 나라는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관을 내세우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도 피난민 문제, 이주민 문제 때문에 국제 인권 무대에서 중국에 적극적으로 탈북민 문제를 거론할 수가 없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중국과 국제 사회에 공식 제기하는 것은 북한의 주민들도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원칙에서 보아도 그렇고 앞으로 한반도 통일을 ‘도덕적 우월성’으로 이루어낸다는 견지에서 보아도 시급히 달라붙어야 할 문제이다.

열차와 버스, 비행기를 동원하여 동유럽으로부터 동부 독일 주민들을 대량 서부 독일로 수송하여 동부 독일 내에서 서부 독일과의 통일 열망을 부추기였던 콜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다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와 국제 인권 단체들의 도움으로 중국에 숨어있는 탈북민들을 공개적으로 한국으로 데려오는 통로가 열리고 북중 국경 연선 지역에 탈북민들을 임시 수용할 수 있는 탈북민 수용소가 한국 정부나 비정부 기구들의 부담으로 건설되면 김정은 정권은 그것을 막아보자고 협상 탁에 나올 것이다.

‘대량 탈북 사태’ 조성이야말로 김정은 정권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핵 포기로 몰아갈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이다.

만일 사드 문제와 현재 동북 3성에 숨어있는 수만 명의 탈북민들을 수송해오는 문제를 호상 교환하는 안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중국에만 가면 곧 한국행으로 이어진다는 소문이 북한에 흘러 들어가면 북한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부 독일이 언제나 주도권을 쥐고 4개 렬강이 독일의 통일 열망에 떠밀려 오도록 상황을 조성한 것은 바로 서부 독일이 동부 독일 내에서 대량 이탈 현상을 만들어내고 동부 독일 주민들이 서부 독일과 강한 통일 열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어느 하루 시민 혁명에 궐기하고 북한 주민들이 한국과의 열렬한 통일 열기를 보일 때만이 한국 정부가 렬강들을 주도하여 통일을 성취할 수 있다.

한국의 의도대로 통일의 시대를 주도해나가자면 북한 주민들을 끌어당겨야 한다.

 

3.1.3. 일본과의 갈등 관계를 잠시 봉합하고 협력 관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 견지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제3의 길’ 제안이 매우 고무적이다.

현시점에서 주변 강국들과의 마찰은 전술적으로 피할 때이다.

 

3.1.4. 유럽 나라들과 같이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 한국과 전통적인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도 대북 제재에 동참시켜야 한다.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했는데도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유럽 나라들이 북한에 외교 관계 축소와 같은 의의 있는 외교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국과 한국, 일본이 유럽 나라들에 북핵 문제 해결을 얼마나 절박하게 요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얼마 전 독일 정부가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의 청사 임대를 중지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의의 있는 사변이다.

이제라도 베를린, 바르샤바, 쏘피아, 부꾸레슈띠는 물론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의 불법 임대 사업을 중지시키고 이번 탄도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유럽 나라들이 북한과의 대사급 관계를 대리 대사로 낮추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국 외교 힘으로 안 되면 미국과 일본을 내세워 유럽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유럽이 북한의 10년 동안의 핵 도발에 주고 있는 ‘면죄부’를 이제는 종식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폴란드, 쿠웨이트, 아랍 추장국 등 한국과의 관계가 좋은 나라들이 북한의 인력 수출을 받아 물지 않게 요구해야 한다.

 

3.2.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들 사이의 간격을 넓히는 원칙’에서 남북 사이의 당국 간 대화와 민간단체들을 통한 협력과 지원을 병행하고 이용해야 한다.

 

분단된 현실 속에서 싫든 좋든 김정은 정권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화를 하면서도 어떤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내심으로는 한국에서 이전 ‘햇볕 정책’의 지지 정당이 정권을 잡은 것을 환영할 것이며 6.15 공동 선언, 10.4 선언의 시대를 부활시키자고 나올 것이다.

북한의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 기관의 실무진들도 다시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어 저들도 그 공간을 통해 사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각종 접촉과 대화 공간을 이용하여 남북 화해와 협력은 북한의 핵 포기가 선행되어야만 실지 가능하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시켜 북한의 대화 관계자들이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들이 김정은의 마음을 돌려세우든지 아니면 그들 속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 정서를 서서히 증폭시켜나가야 한다.

3.2.1. 필요하다면 새 정부가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여 한국 정부의 원칙을 정식 전달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선행 조치를 취할 경우 개성 공단과 금강산 제재는 물론 대대적인 대북 경제 지원이 진행될 것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는 고위층이 그러한 제안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만으로서도 대북 특사 파견은 사명을 다한 것으로 된다.

 

3.2.2. 개성 공단 재개 문제는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점 중의 하나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가동되고 미국이 ‘세콘더리 보이코트’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때에 개성 공단 재개 문제는 당연히 국제 공동체의 협력과 공조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앞으로 개성 공단이 재개되어도 지난시기처럼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을 김정은 정권에 직접 지불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 누구든 자기가 일한 데에 대한 보상을 직접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고 인권 존중에 관한 문제이다.

 

3.2.3. 현재 막혀있는 대북 민간 교류와 지원은 다시 열어놓아야 한다.

 

북한 당국이 국제 인도주의 협조 원칙에 맞게 분배 입회를 허용한다면 이제라도 식량 지원, 비료 지원 등 각 분야의 지원을 재개해야 하며 민간 분야의 교류도 점차 활성화시켜야 한다.

종교, 체육, 문화 분야의 교류도 재개해야 하며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남북한이 유일팀, 단일팀을 만들어 참가하는 문제도 들고 나가야 한다.

이것이 대북 정책에서 지켜야 할 상호주의, 비판적 관여 정책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의 ‘상호주의’를 허용하면 점차 붕괴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김정일이 한국의 상호주의 원칙을 얼마나 무서워했는가 하는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

2001년 5월 김정일은 유럽 연합 의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스웨덴 수상 요란 페르손 총리를 환영하는 연회를 백화원 초대소에서 마련하고 남북 정상회담 연회 시 김대중 대통령이 앉았던 바로 그 의자에 페르손 총리를 앉게 했다.

당시 나는 김정일과 페르손 총리가 앉았던 1호 연회 탁에 북한 외무상이었던 백남순과 유럽 연합 대외관계 담당 위원 크리스 패튼의 통역으로 함께 앉을 수 있게 되어 김정일의 말을 옆에서 들을 수가 있었다.

연회가 끝날 무렵 페르손 총리는 ‘오늘 서울로 내려가게 되는데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가 없는가?’ 하고 김정일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김정일이 마치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김대중 대통령을 믿고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입각해 6.15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금 김대중 대통령은 북남관계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비료 협조 문제를 보아도 그렇다. 비료를 주겠다고 했으면 주어야지 여기에 무슨 상호주의가 필요한가. 6.15 공동 선언에 상호주의란 개념이 없다. 상호주의란 서부 독일이 동부 독일을 흡수 통일할 때 적용한 방식인데 상호주의를 들고나오는 것은 우리를 먹겠다는 것이다. 내가 상호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을 전달해 달라고 페르손 총리에게 부탁했다.

페르손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김정일의 상호주의 반대 입장을 전달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북한이 제일 경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상호주의이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이 상호주의 원칙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철저히 통일을 목표로 끝까지 상호주의 원칙을 밀어붙여야 한다.

3.3. 각 중앙부처 간 대북 정책 분담과 역할을 명백히 밝히고 민간단체들의 대북 정책 수립, 시행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결은 다원성과 일원성 사이의 대결이며 이 대결에서 한국의 다원성이 우세함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정부 부처 내에서 국정원과 통일부, 국방부의 정책과 사명을 명백히 해야 하며 각 부처는 자기의 직능에 따라 각이 한 사업을 벌여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단체들의 대북 정책 수립에 대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소통 정부’라는 호칭에 맞게 설사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맞지 않더라고 민간단체들의 활동까지도 정부의 틀거리에 맞추어 놓을 필요는 없다.

3.4. 북한 내 외부 세계 소식 전파를 통하여 북한 주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핵 질주라는 자충수를 둠으로써 장기 집권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외부 투자 유치에 실패하였으며 단기간 내에 효과를 노리는 전시성 건설에 치중하다 보니 하부 구조는 더욱 퇴행하고 지역 간, 주민 간 갈등만 더 증폭시켰다.

서부 독일이 사회주의권에서 복지 사회의 본보기인 동부 독일을 붕괴시킨 데 비하면 한국이 경제적으로 수십 년간의 침체 상태에 빠져 있고 사회주의 복지 체계는 더 이상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장마당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본주의 의식이 싹튼 북한을 더 붕괴시키기 쉽다고 보아야 순리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이 동부 독일 주민들과 같이 시민 혁명에 일떠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공포 정치’와도 관련되지만 주요하게는 북한 주민들이 민권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될 수 있던 것은 동유럽 주민들에게 이미 공산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엘리트층조차도 ‘3권 분립’이라는 말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른다.

동부 독일 주민들이 통일을 위한 시민 혁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서독 텔레비죤 시청과 서독 여행을 통해 외부 정보에 접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국 방송 청취나 외부 정보 유입이 금지되고 외국 여행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주의 의식을 심어 주자면 외부 정보 유입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에서 체제 수호에 결사적이었던 핵심 계층 내에서도 동요가 일어나고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공산주의 체제의 취약점은 주민들에게 의사 표시의 자유를 주지 않다나니 주민들의 불만 감정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 체제에서는 일단 주민들이 일어나면 대통령이나 정부 교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제 붕괴로 이어진다.

북한 공산정권도 2009년 화폐 개혁을 시도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당 경제 정책 비서 박남기의 총살로 막을 내리었던 적이 있다.

이것은 공포 통치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있는 북한 주민들도 자기의 생존 권리가 위협당할 때는 공산 정권에 과감히 저항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외부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일반 주민들은 물론, 북한군에게도 앞으로 병사들이 지휘관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지도 모른다는 의식이 서서히 스며들게 하여 앞으로 시민 혁명이 일어났을 때 병사들이나 지휘관들이 발포 명령을 거역하게 만들어야 한다.

새 민주당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주장하면서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는 이러한 활동을 공식 벌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에 진실을 알리는 선봉대인 탈북민 단체들을 내세우면 정부는 자기의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내적으로 외부 정보 유입 활동은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활동의 자유는 보장해 주어야 한다. 물론 안보 위기 예방을 위해 자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대북 진실 알리기 활동을 원천 봉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3.5. 국내 북한 인권법 조속 시행 등 북한 인권, 민주화 과정 추진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2016년 한국 외교에서 거둔 최대 승리는 2016년 3월 제네바 인권 이사회를 계기로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인권 결의안 표대결을 포기한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2017년 말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에 김정은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할 데 대한 문제가 반영될까 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은 국제 형사 재판소가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그 무슨 재판에 회부되었다는 한 가지 소식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동요를 안겨줄 수 있으며 김정은 정권의 공안 권력에서 인권유린에 앞장서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내부 동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헌법적 원칙과 가치관의 연장선 위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대해야 한다.

이번 새 정부에 인권 활동가들이 많이 들어간 것은 북한의 민주화를 실현하는데 의의 있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나설 때이다.

한국의 인권과 북한의 인권, 한국의 민주주의와 북한의 민주화를 서로 구별하여 차별적으로 대하는 관행은 이제는 없애야 할 때이다.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침묵하거나 왜곡, 과장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하루빨리 ‘북한 인권 재단’을 정상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모두의 지혜를 발동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주도해 나간다면 문재인 정권 때에 한반도 통일을 이루어 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