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의 의미

2017년 2월 28일 발표한 논문

  1. 중국과 북한 사이의 묘한 관계 평가

 

최근 중국과 북한 관계에서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중국 상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321호 결의와 중국 대외무역법 등에 근거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2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12일), 김정은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13일)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세계적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3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중국을 맹비난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반응은 중국의 북한산 석탄 금지 조치가 나온 지 5일만으로, 북한이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5일 만에 그것도 개인 필명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것은 내부고민이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중국 비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보기 드물게 모종의 감정이 깔려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북한은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도 자신의 너절한 처사가 마치 북한 주민 생활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고 핵 계획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러한 비난에 대해 환구시보는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단호하게 시행하고 조선중앙통신의 평론을 무시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주문했다.

 

2.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잠정 중단 의도 및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중국 측의 공식 행보를 보면 중국의 의도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현재 중국의 기본 속내는 최근 조성된 대북 압박 분위기를 이용하여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끌어내어 동북아시아에서 ‘메인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지위를 다시 차지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을 제일 화나게 하는 것은 북한이 중국을 은근히 무시하면서 ‘1.5 트랙’ 등을 통해 미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대화선을 모색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에만 다가가려고 하는 북한을 단단히 자극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중국의 석탄 수입 금지 조치는 북한을 압박하여 북한을 중국의 의도에 맞게 끌고 나가자는 것이지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자는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과 중국은 전면적으로 대치할 의도도 없으며 북한과 중국 사이의 전략 구도는 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1.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북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석탄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 원천으로서,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이 받게 되는 가장 큰 타격은 심리적인 자극이라고 생각한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사면팔방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때에, 그것도 평상시 같으면 북한을 싸고돌아야 할 중국이 제재의 칼을 빼든 것이다.

중국의 진정성 있는 실행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중국과의 무역에 관여하고 있는 수많은 북한 무역업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타격은 엄청난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3. 향후 북한의 대응 : 밀수 확대, 그리고 도발

 

북한은 중국으로의 공식 석탄 수출 통로가 막힌 상태에서 점차 밀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1천여 km의 국경선과 여러 개의 항구로 연결된 북중 무역에서 밀수는 아주 예사로운 일이다. 북한 무역 회사들은 공식적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항구와 육로 통로를 바꾸는 수법으로 석탄 수출의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이다. 밀수가 확대되면 이득을 취하는 것은 중국 상인들과 북한의 석탄 수출업자들이다. 공식적인 수출 통로가 막히면 북한으로서도 ‘석탄 유일 수출 가격제’가 폐지되고 각 업자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석탄을 수출함으로써 부패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고, 김정은 정권도 이것을 묵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으로서는 추가적인 도발을 단행함으로써 ‘정면 돌파전’을 펼 것이다. 뉴욕에서 예정되었던 ‘1.5 트랙’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줄마저 막힘으로써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숨고르기를 할 여유가 사라졌다. 시간적으로도 북한이 숨고르기를 할 여유가 없다. 3월 중에는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시작될 것이며 이러한 합동 군사연습은 김정남 암살과 관련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른 대북 제재의 분위기와 시간적으로 맞물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북한은 국내 주민들을 향해 ‘적대 세력의 대조선 고립 압살 책동이 극도에 달했다’고 선전하면서 한미 합동 군사연습 시작을 계기로 준전시 상태 선포, 미사일 실험 발사 혹은 추가 핵 실험과 같은 초강수 도발 조치를 통해 긴장 수위를 극대화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중국을 북한 편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해야 북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계가 다시 중국에 영향력 행사를 주문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4. 향후 중국의 대북 정책 전망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북한의 강경 도발 정책 앞에서 중국도 겉으로는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는 한편으로, 내적으로는 북한에 새로운 당근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끌어내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의 모양새는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 방향에 모든 것이 좌우될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대북 제재에 진정성을 보이라고 하면서 중국에 책임을 넘기고 있고, 중국으로서는 할 바를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수비적인 자세’에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강경 입장을 최대한 이용하여 다시 중국이 ‘메인 플레이어’로서의 지위를 되찾아야만 한다. 북한의 어려운 곤경을 들여다 본 중국은 북한에 내적으로 6자 회담 복귀에 응하면 석탄 수입 금지 조치 해제와 새로운 대북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득하면서 북한을 끌어당길 것이며, 미국과 한국에는 사드 배치와 합동 군사연습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정세 악화의 일정한 책임을 돌릴 것이다.

 

5. 한국의 대응

 

지금까지 한반도 정세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 다시 ‘위기관리’ 방향에서 북한을 얼리는(달래는) 방법으로 긴장과 완화의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북한의 도발을 통한 ‘정면 돌파 작전’ 시기가 한국의 탄핵 정국과 대선시기와 맞물리면서 북한이 김정남 독살로 인한 궁지에서 벗어나고 핵과 ICBM 완성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우려스러운 국면이 열릴 수도 있다.

결국 현 위기 해결의 중심축인 한국이 흔들리면서 북한이 위기로부터 교묘하게 빠져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과의 공조를 튼튼하게 유지하면서, 이와 동시에 중국을 잘 껴안고 나가야 한다. 중국의 이번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평가해 주면서 중국이 진정성 있는 대북 제재를 계속 실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밀수 통로를 찾아내어 공론화함으로써 중국이 밀수를 통해 북한을 봐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일본, 한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정책을 더 구체화하여 북한과 석탄을 밀수하고 있는 중국 회사들을 제재해야 한다.

특히, 김정남 독살 사건에 분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나라들이 북한에 외교ㆍ경제적 제재를 가하도록 촉구해야 하며, 유럽 국가들도 구체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유엔 인권 무대에서 김정은을 국제 형사 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한 공세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대북 제재 기조를 1~2년만 더 유지ㆍ강화하면 북한은 필경 다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6자 회담장에 돌아오게 될 것이며, 그 때 한국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

물론 김정은 정권이 존재하는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핵 완성’으로 장기 집권에 필요한 명분을 마련하려던 김정은에게 있어서 외부의 압력에 의해 핵 무장 구호를 내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동요는 대단히 클 것이다.

북한은 지금 점점 내리막길로 가고 있다.